
아주 어릴 때 기억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운영 중인 국수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나면 국수를 뽑고 남은 밀가루 반죽들을 모아 수제비를 한 솥 끓여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셨습니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 이웃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사셨던 것이지요.
그런 연유로 “사제가 어떻게 사회복지를 하게 되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농담 반 진담 반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DNA가 아니겠느냐” 말하곤 합니다.
이러한 DNA가 혈족 사이에서 외에도 우리 지역의 역사와 전통 안에서도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년 전에 안중으로 발령을 받아 요양원을 설립하고, 평택시로부터 평택서부노인복지관을 위수탁 받아 운영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안중 지역의 대한성공회 선교 역사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시작으로 안중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고아원과 보육시설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를 섬겼습니다. 이런 선배들의 DNA를 이어간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전통에 누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10년을 달려왔습니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며 지난 10년을 되짚어보니,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여서 가능했던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7년 간 모은 돼지저금통을 털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신나는 노후를 위해 써달라고 한 어린 학생, 몇 달 동안 모은 폐지와 공병을 팔아 고스란히 후원해 주신 어르신. 40도를 넘나드는 엄청난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주방에서 열기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신명나게 봉사해 주시는 많은 분들. 서부 지역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에 관심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해주신 기업 임직원분들,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지역아동센터.
함께 해주셨기에 가능했던 지역 축제, 어르신들의 자격증 취득(종이접기, 바리스타, 한자), 다양한 문화 활동과 기금마련행사, 노인일자리의 원활한 운영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평택서부노인복지관은 앞으로도 어르신, 지역주민, 유관기관, 지역사회와 함께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데에 허브 역할을 감당하며 ‘혼자가 아닌 조금 늦더라도 여럿이 함께’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0년 간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함께 계시기에 앞으로 만들어 나갈 새로운 역사가 기대 됩니다. 앞으로도 평택서부노인복지관과 함께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